文學 熱情

* 추 억 (3)

서병길 2015. 6. 12. 13:38
      * 서병길의 "추억 (3부) *

                       (무건리 아이들)

   임진강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이는 듯한 北風은
   바람거친 마지 벌판을 지나
   포수 바위앞 협곡을 통해
   실개천을 따라 휘몰아 치고.
   색 바랜 책보를 어깨에 둘러메고
   십여리길 신산리
   먼 산 언덕 길을 넘고넘어
   언제나 제일 먼저 등교하는 
   까까머리 내 어느 동창생의
   점심대용 고구마 몇알이
   그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가슴 아파 보이던
   양지바른 그 옛 교정이
   오늘 난 또 그렇게 그립소
   거기엔 인자하신 
   주 선생님의 아들 동혁이가 있었고
   내 꿈속에 동무들이 
   언제나 웃고 있엇지
   그리고 
   그리고 ......
   우리 보다 먼저 
   저 세상 먼길을 나선
   새빨간 고리땡옷을 입었던 애와
   제비꼬리 머리라고 
   그렇게도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던 가엾은 아이가
   꽁꽁 얼은 두손을 
   호호 불어 녹여가며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썰매타기 놀이를 하는 
   환상을 그려보며
   어스레 땅거미 지고 
   눈 내리는 이 저녁 무렵
   나는 그져 혼자  
   눈물을 글썽 거렸오
   인생이란 것의 깊고 깊은 의미는
   언제나 
   나의 모든 추억 곁에서 맴돌고
   모든 사랑하는 이들의 
   다정한 눈빛은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그 향기를 진동하듯
   그곳에 
   이제는 그렇게 멋있는 
   중년 신사가 되어
   두눈에 웃음 띠우며 서있는 
   키 작아 놀림을 받던 아이와 
   어눌한 말투의 사람좋은
   또 다른 아이의 꿈을 
   그 오랜 세월을 꾸곤 했었다오
   이맘때 쯤이면 
   그곳에는 여전히
   매서운 북풍한설이 몰아치고
   삼라만상이 
   꽁꽁 얼어 붙어 있을지라도
   그 어린 소년 소녀들에 
   다정한 마음에는
   아무런 추위가 되지 않았던 것을
   어스름 어두워지는 이 저녁
   이제는 
   군인들의 포사격장이 되어
   모두가 떠나가 폐허가 되버린
   감악산 벋어내린 만월봉 기슭
   그 무건리 동네를 그리며 
   그 동무들을 그리며
   나는 
   그 향수를 견디지 못해
   못내 그렇게 
   긴 한숨을 내쉬곤 마오 
               -靑鳥 서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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