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 熱情
(버들뫼 아이들)
석양이 서쪽 능선 파평산 자락 포수바위에 걸려 안간힘을 할 때면 미군부대 하기식 나팔소리가 양지바른 동네를 휘감고 유리 구슬치기에 명수인 박박 얽은 곰보딱지 얼굴 신호봉 이란 애에 비키라는 뜻의 "치나 치나" 고래고래 고함 소리도 잠시 멈추던 이제는 폐허가 됐을 외국 주둔軍 유흥주점 코스모스 클럽 앞마당 그곳이..... 후드득 후드득 저녁 비 내리는 오늘 새삼 더욱 그립소 이맘때쯤 그곳엔 아카시아 내음이 진동하고 마을 가운데 자리 잡은 우물가 큰 대추나무 아래에는 천사같이 착한 아이 묘순이와 계순이가 그 환한 미소를 띄며 지금도 앳띈 소녀의 모습으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오 무슨 운명으로 우리 곁을 맨 처음 떠나간 큰 키에 하얀 피부 내 동창생 승애에 커다란 눈망울이 수십년 세월에 연륜 속에서도 우리의 추억 안에서 전혀 망각되지 않고 있소 미군 군장 가게 집 아이 먼 전주로 시집간 아이 사람 좋게 생겼던 아이 해맑은 얼굴에 아이 .... 물빛 푸른 이 계절에 별을 세는 마음으로 나는 이 이름들을 되새겨 소리 없이 홀로 부르오 가슴 벅찬 마음으로--- 어제도 또 오늘도 그렇게 그렇게 소리없이 부르오 -靑鳥 서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