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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시/ 윤동주님

서병길 2012. 6. 26. 18:00


                   

                서시/ 윤동주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 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1917~1945) 시인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의 어둠과 황폐를 의식의 순결함
                으로 초월하려고 했다. 그는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또 다른 고향')고 써 스스로를 
                반성했고,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고 쓰며 자신을 끊임없이 돌이켜 
                봤다.
                종교적인 순교의 의지로도 읽히고 독립에의 의지로도 읽히는 등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갖고 있는 이 시를 
                쓴 것은 1941년 11월로 알려져 있다. 윤동주는 1941년 자선 시집을 내려고 했으나 주변에서 시국을 염려해
                서 시집 출간 연기를 권함에 따라 뜻을 미루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1943년 7월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일
                본 경찰에 체포됐고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아 출감을 기다렸지만 불운하게도 해방을 불과 반년 앞둔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옥사했다.
                윤동주 시인은 생전에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다. 다만 이 시가 포함된 원고뭉치가 국문학자 정병욱의 
                어머니에 의해 장롱 속에 몰래 보관되다가 1948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으로 발간되었다. 
                정지용 시인은 유고시집의 서문에서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라고 써서 청년 윤동주의 죽음을 애도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별 헤
                는 밤')고 노래한 영원한 청년 윤동주. 생전에 그는 자기 성찰로 뒤척이는 한 잎의 잎새였으나, 이제 보석처
                럼 빛나는 천상의 별이 됐다.
                

              출처 : 전원주택과 토지
              글쓴이 : 파랑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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