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時·좋은글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 영 랑

서병길 2012. 6. 22. 17:08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 영 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93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