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 랑 *
너에 분신인양
창밖에 눈이 내린다
어둠이 내리고 우울한 그 하늘에
너에 순결인듯 꽃송이 인듯...
내 동공을 부시게 한다
부딪히며 내리는
그 천태 만상 하나 하나에
너의 운명이 있고 나의 운명이 있듯이
다 낡아빠진 포켓 수첩 한 부분에
지워질듯
뿌옇게 바랜 필체로 적혀 있는
너에 주소를 보며
나는
아주 긴 사연에 편지를
지금도 너에게 쓰고 싶다
사르륵 사르륵 내리는 그 정갈함속에
너에 모습이 거기에 있고
그 송이 송이 마다
너에 숨결이 숨쉬는 듯한
가녀린 가슴 답답함으로
나는 아주 긴 한숨을 또 몰아쉰다
뽀얀 입김을 유리창에 불어
손가락으로 너에 이름을
한문으로 썼다 영어로 썼다하며
나는 이 밤을 그저 그렇게 지샌다
- 글' 일병 서병길- 전우신문 (1974년 겨울밤 보병15사단39연대 대성산 GP 초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