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면 오신다던 님의 말씀
애당초 잊으라는 부탁인가요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행여나 님 오실까 기다려 보아도
그리운 우리님은 소식도 없고
무정한 세월만 가네
아 ~ 봄날은 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더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풀잎이 물에 떠서 흘러 가더라
오늘도 꽃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짤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대사)
한번가고 다시못올 님이라면
정 마저 가져가야지 님은 가고
정만 남았으니 남은 그정 서려워서
이밤 어이 세우리.
열아홉 시절은 황혼속에 슬퍼지더라
오늘도 안가슴 두드리며
뜬구름 흘러가는 신작로 길에
새가 날면 따라 웃고 새가 울면 따라 울던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 간다 / 백설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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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랑한 목소리가 구성지게 꺾여지는 백설희,
심장에서 슬픔이 끓으며 솟구치는 듯한 장사익,
입을 오므리며 실을 뽑듯 소리를 뽑아올리는 조용필,
부드러운 실크 스카프가 날리듯 온 몸을 감싸는 주현미,
거친 보컬 만으로도 고달픈 여인의 투박한 삶이 느껴지는 한영애,
전자 바이올린으로 애잔함을 느끼게 하는 조아람….
이 노래가 이토록 다양한 버전으로 불리고 있다는게 놀랍다.
22명의 가수와 연주자의 개성이 잘 녹아있는 '봄날은 간다'를
한데 모아봤다. ***
대중음악 노랫말은 때로 시(詩)다. 계간지 '시인세계'가
2004년 시인 100명에게 '좋아하고 흥얼거리는 노랫말'을 물었다.
2~5위에 '킬리만자로의 표범'(작사 양인자) '북한강에서'(정태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양희은) '한계령'(하덕규)이 올랐고
단연 1위는 1953년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손로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