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時·좋은글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서병길 2012. 7. 5. 18:15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靑馬 유치환 (柳致環) 시인
    (1908년 7월 14일 ~ 1967년 2월 13일) 
     출생지; 경남거제/ 통영시 
     데뷔; 1931년 문예월간 시 '정적'으로 등단 
     경력; 한국 시인 협회 초대 회장 
     1939년 첫 번째 시집 《청마시초》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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