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에 곁달린 쇠죽솥에는 겻섬에서 퍼온 겻가루와 콩깍지가 섞인 여물을 넣고, 반지르르 기름기 도는
부엌 가마솥에는 통감자 몇 알 넣어 쌀보리를 안친 뒤 불을 지폈다. 부뚜막에는 언제나 시커멓게 그
을음이 앉은 통성냥 한 통이 있었고, 부엌 한 켠에는 미리 쟁여 놓은 나뭇짐과 갈비(솔가리)가 쌓여 있었다.
먼저 갈비에 불을 붙이고, 솔가지를 분질러 넣으면 화르락 불길이 번져 아궁이를 환하게 비추었다.
이어 잘 마른 나무를 뚝뚝 분질러 아궁이에 쳐넣으면, 금세 불길은 방고래를 타고 올랐다.
두부를 만들기 위해 끓는 콩물을 젓고 있다(아래).
홍천 율전리 문암골 귀틀집 부엌의 가마솥과 흙부뚜막(아래).
만들어 불씨를 보관해 두는 곳인데, 옛날에는 한겨울이면 이 곳에 늘 불씨를 모아두어 겨울이 끝날 때까지 꺼지지 않도록 했다. 화티의 불씨를 꺼뜨리면 집안의 복덕과 기운이 꺼지고, 해가 생긴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본래 부엌은 음식을 장만하고 난방을 하는 공간이지만,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이기도 했으며, 부지깽이 탁탁, 시집살이의 설움을 삭이는 공간이기도 했다. 대개 아궁이가 있는 곳에는 부뚜막이 달리게 마련인데, 여기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솥들이 내걸렸다.
박을순 할머니가 조왕중발에 정화수를 올리고 있다
(아래).
용과 호랑이를 한자로 적어 액을 물리치고자 했다(아래).
삼척 대이리 굴피집 부엌 지붕에 걸린 온갖 부엌 세간들(아래).
확독 등은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 재료를 이기고 찧던 도구이고, 함지박과 이남박(골이 진 함지박), 자배기,
소래기, 보시기(작은 사발), 뚝배기, 바가지, 뒤웅박, 물동이, 물지게 등은 음식이나 물을 담거나 나르던 도구이며, 똬리, 맷방석, 메주틀, 석쇠, 시루밑, 체, 풀무, 삼발이, 부젓가락, 고무레, 채독(싸릿가지 등으로 만든 뒤주) 등도 부엌에서 흔히 사용했던 도구들이다. 그러나 이런 세간들은 살림과 부엌의 변화와 함께 빠르게 우리 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울러 옛날 아궁이와 부뚜막의 정서 또한 저만치 밀려난 풍경이 되고 말았다.
주거 양식의 변화가 아궁이와 부뚜막을 밀어내고 서양의 ‘주방’을 들어앉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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